신앙생활

|  본당신부의 복음말씀 한마디

바오로형제의 동생, 순애씨

posted May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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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오로형제의 동생, 순애씨

 

밀밭장애인 소공동체 모임 때의 일입니다. 모임은 바오로 형제의 단칸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바오로 형제는 수족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자입니다. 바오로형제의 어머니는 90세를 훌쩍 넘기셨지만 건강하십니다. 건강해야 될 이유가 있습니다. 형제의 여동생인 정신장애 순애씨까지 돌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애 자녀들을 돌보라고 하느님이 건강을 주셨다고 어머니 역시 말씀하시곤 합니다. 순애씨는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있다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 좁은 방에 1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빼곡히 앉았고, 순애씨는 방 한쪽모서리로 내 몰린 형국이 되었습니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입술을 쉼 없이 움직이는 순애씨가 안 돼 보였습니다. 저는 우리 때문에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며 한 말씀 하도록 청했습니다.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소감 등을 묻는 것이 관례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괜찮다는 한 마디 말과 함께 방긋 미소 지었습니다. 뜻밖이어서 속으로 놀랬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는 자리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밖에까지 나왔다가 아차 싶어 다시 방으로 들어가 순애씨에게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커다란 함박웃음으로 응대합니다. 아까 미소도 그랬지만 이번 함박웃음은 전혀 예기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그날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내내 들뜬 마음이 되어 행복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보잘 것 없는 이를 소중하게 대해 주님으로부터 칭찬 받은 느낌이랄까요작은 이 하나와 당신을 동일시하시는 주님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 후 순애씨는 암까지 얻어 숱한 고생을 하다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이제 저에게 떠오르는 순애씨의 모습은 무표정이 아닙니다. 예쁜 미소와 함박웃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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