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

|  본당신부의 복음말씀 한마디

김수환 추기경이 어떤 분이냐고 묻는다면(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

posted Nov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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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저에게 김추기경은 어떤 분이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분은 정말 잘 들으시는 분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분은 정말 어른이시고 크신 분이신데, 그것은 분명 듣는 마음에서 일겁니다.

누가 얘기하던지 그분은 귀를 기울이십니다.

상반된 이해관계에 있는 정치인 등이 추기경을 만나 뵙고 나와 모두 흐뭇해하는 걸 보게 됩니다.

추기경께서 그들의 구미에 맞는 말을 해서가 아닐 겁니다.

그들은 그분의 경청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 들이 존중받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분에게는 일개 공장 노동자나 권력의 실세에 이르기까지 차별이 없습니다.

똑같이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분은 귀가 어둡기 때문에 몸을 기울이는데 그런 모습이 오히려 친숙하고 놀라운 경청의 모습으로 보이곤 합니다.

진지한 표정도 표정이려니와 다 들으시고 꼭 질문을 던지시는데 그 질문이 예사롭지 않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얼마나 잘 경청하고 숙고하는지를 알게 하는 대목입니다.

 

저는 그분은 그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말만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도 얼마나 잘 경청했겠습니까.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목자로서 자신의 소임을 온 몸으로 사시려 애쓰신 분입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 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풍성하게 하려 한다는 요한복음의 착한목자의 모습 그대로 이십니다.

열왕기상 34절 이하에 보면 하느님이

이제 막 왕이 된 솔로몬에게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을 합니다.

그러자 솔로몬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듣는 마음 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렇습니다. 듣는 마음이야 말로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최고의 덕목일 것입니다.

임금이 자신의 말을 경청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 임금님이 나를 존중하는 구나. 임금님이 내 편이구나.’ 이렇게 느낄 겁니다.

추기경께서도 듣는 마음을 하느님께 청했을 까요?

 

그분은 개인적으로 그토록 염원하셨지만 이루지 못했다고 한탄하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난입니 다.

가난하게 살고 싶었지만 주교가 되고 대주교, 추기경으로 지위가 높아지면서 점점 가난한 삶을 살 수 없게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과도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그것 역시 핑계였다는 고백을 하시며 자신을 일컬어 이 바보야!’ 하십니다.

모두 부자 되고 싶은 이 탐욕의 시대에

그분이 미쳐 살아내지 못했다고 한탄한 가난의 정신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제가 그분을 넘어설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지 않나 하는 생 각을 감히 해 보게 됩니다.( 2013.1함께 하는 사목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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